Ryu Hoyeol

 <비디오/미디어오브제/포토그래피>

류호열의 비디오와 미디어 오브제 영상 작품은 나무, 파도와 인물로 크게 구분한다.

빅데이터의 큰 화면의 영상은 다이나믹하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연출한다. 

류호열의 '나무'

미디어 아트가 창조해내는 감성의 세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새하얀 초원 위의 나무, 끊임없이 흩날리는 나뭇잎들,

​비디오플레이어 안의 무한반복을 보고 있으면 허무와 같은 아련한 슬픔과 동시에 바람소리, 나뭇잎의 부대낌, 초원의 우아한 흔들림에 맞춰 작지만 끝없는 평원에 홀로 있는 듯한 평화로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조화로움 속에는 절대고독과 평화로움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심리학자 Robert Plutchik은 감정의 수레바퀴에서 인간의 감정은 강도,유사성, 양극성의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류호열의 작업에서는 차가움과 따스함, 침묵과 소리, 이성과 감성, 기계와 자연, 현재와 미래처럼 항상 양극성의 복합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는 컴퓨터로 인간의 감성을 생산해내고, 인간이 꿈꾸는 '영겁 eternity'의 세월을 구현하며 그만의 '이상적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파란 하늘아래 일렁이는 파도는 누구나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작업에서 보여지는 바다의 모습은 우리가 여태껏 보아왔던 그 모습과는 명백히 다르다.

하얀색의 바다 표면이 그렇고 쉴 새없이 운동하는 사각 큐브가 그렇다. 영원히 잠들지 않는 큐빅파도.

여기엔 깊이가 주는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한 머뭇거림도 찾아보기 힘들다.

트램폴린 위에 뛰어드는 것처럼, 다시 튀어 오를듯한 경쾌함마저 품고 있다. 

이 작업에서는 기승전결로 이뤄지는 커다란 이야기는 가지지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껏 봐 왔던, 혹은 현재 보고 있는 모습을 당연한 현실로 인식한다. 하지만 저 바다의 모습은 우주 어딘가, 우리가 알 수 없던

저편의 세계, 또는 우리의 상상 속 어딘가의 세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가능성'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탈'

을 시작할 때 가질 수 있는 창조력의 근원이다.

작업을 통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말하려 한다. 그것이 단지 0.00001퍼센트의 확률을 가지더라도 말이다. 무엇인지 모르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수단이자 매개체로서의 컴퓨터는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을 많은 비현실적인 일들을 실연시켜주고 있다.

'현실과 비현실' 그 가운데에서 분기점이 되는 것, 여기서는 하얀 정육면체의 입자들이 그것을 구분 짓고있다.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모든 작업은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체적 작업의 테마이자 이번 '바다' 작업의 출발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가지 풍경의 모습을 작업의 소재로 삼고 있다.

​류호열 사진

류호열 인물

가능성의 세계를 향한 하얀 상상력

Writing by Sung-Ho Kim / art critic

파란색의 하늘을 이고 한 그루의 하얀 나무가 서 있다. 부는 바람에 몸을 실은 나무가 화답하듯 나뭇잎을 하나 둘 흩날린다. 바람 소리, 그리고 가끔씩 고요를 깨트리는 새들의 소리. 그것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이미지이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접하는 이미지로서, 그 외형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탈각된 텅 빈 가상의 공간 속에 그려진 비현실적인 나무이기 때문이다. 온통 하얀 색의 피부를 가진 나무도 그러하지만, 바람결에 떨어지며 흩날리는 사각형의 종이들은 반짝이는 나뭇잎으로 변화되어 우리의 인식을 앞당긴다.

〈나무(Baum)〉 시리즈의 영상 뿐 아니라 파도 또한 사각형의 큐빅으로 변신하여 파도 소리와 함께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사진 작품들은 사물과 대상에 대한 시각적 ‘재현’(representation)이기보다는 ‘표현’(expression)이라 할 만하다. 자신만의 ‘해석’(interpretation)을 통해 실재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가능성의 세계’를 탐구했기 때문이다. 역사 철학자 화이트(Hayden White)는 ‘실재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현실 중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류호열은 그런 면에서 실재로부터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탐구하는 시각철학자라 할만하다.  그의 스크린 안쪽의 세계에는 우리가 막연하게 그려봤던 상상계가 그에 의해서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어 펼쳐지고 있다. 파란 가상의 하늘 아래서, ‘비현실의 모습이되 마치 현실처럼’ 말이다.